내가 쓴 창작글

친구 사칭 전화

책속의지혜 2017. 11. 25. 10:01


어느날 연구실에 전화 벨이 울렸다.

 

: “여보세요?”

 

성기: “나 성기다. 전화가 왜이래 응답기에 영어로 나오기에 무역회산 줄 알았네.”

 

전화를 받지 않으면 자동 응답기에 메시지를 남겨 놓으라는 말이 영어로 녹음돼 있다.

 

: “응 여태까지 자동 응답기에 메시지를 남겨 논 사람은 채 다섯명도 안돼. 그리고 선거 홍보, 피싱 검찰청 사칭 등 쓸데없는 전화만 와.”

 

다 잡은 물고길 놓쳐 아쉽듯이 하마터면 그냥 끊을 뻔 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작은 키에 말수가 적었던 대학동기, ‘박성기’는 학부때 함께 공부한  친구인데 목소리엔 옛날같이 않게 씩씩함이 묻어났다.

 

: “어디서 어떻게 지내노? ”

 

성기: “인천서 학원 운영한다.”

 

: “요즘 학원 마이 힘들다 쿠던데 어떤노?”

 

성기: “요즘 상당히 힘들다. 낮에는 시간 많이 나니 서울가면 꼭 한번 들릴게.”

 

당장 달려 올 듯한 말투였다.

 

: “그래, 학원을 운영하는 대학 동기 임** 는 운영이 힘들어서 자기도 수업을 한다 쿠더라. 또  애가 공부하는 학원에 대학 동기 이름이 학원 팜플랫에 있어 교무실에 들러 핸드폰 전화번호를 남겨 놓았는데 대답이 없네. 바빠서 그런가?”


이 학원강사 친구는 대학 졸업후로 친구들과 전혀 연락없이 지내고 있다.

 

성기: “친군데 왜 그러지? 아마 전화 올거야.”

 

성기: “아이들은 어떻게 되는데?”

 

: “아이가 고딩인데 수학을 잘 못한다. 애비가 수학 교순데 말이지.”

 

성기: “넌 애를 늦게 낳았구나. 애들 부모 마음대로 안된다.

 

우리집 애는 졸업해서 이번에 신문사에 취직해서 수습기자로 있다.“

 

: “요즘 취직하기 힘든데 잘 됐네.”

       

성기: “응 언론 관련 학과를 졸업했고 관련 분야에 취직했다. 주간지도 발행하는 한x경x 신문사야.”

 

: “내 고등학교 친구도 거기 한명 있는데.”

 

성기: “한가지 부탁이 있는데 수습기자를 하면 주간지를 좀 팔아야 하는 모양이야.

 

난 이런 부탁 잘 안하는 성격인데 애비가 돼 보니 그냥 있기 뭐 해서....“

 

: “경제 관련 주간지면 내가 관심이 있는 분야이니 잘 됐네.”

 

성기: “1년치 구독 가격이 15만원이고 3개월 할부도 가능하단다. 너 핸폰 번호좀 불러줘.“

 

: “번호는 ****이고 이 번호로 너 번호 좀 찍어 줘.”

 

그런 뒤 그는 문자를 씹었다.

 

: “니 딸래미가 전화할거니? 이름이 뭔데?”

 

성기: “미숙이. 그 애가 하기는 그렇고 신문사에서 전화가 올거야.

 

낮에는 시간 많이 나니 서울 가면 꼭 한번 들럴게.“

 

: “아니 괜찮아. 그렇게까지 시간내서 올 필요가...”

 

성기: “그래 잘 지내. 서울서 함 보자.”

 

: “응 그래.”

 

 

대충 이렇게 통화를 하고 나니 뭔가 찜찜함이 날 감쌌다. 그 이유는


첫째, 대학 때의 성기 목소리가 전혀 아니었다. 사회에서 닳고 닳은 목소리였다. 그 친군 조용했다.

 

둘째, 대학동기들의 안부를 한번도 물어 보지 않았고, 학원한다면서 학원하는 친구에게 관심도 없었다.

 

세째, 그 놈 입에서 한번도 친구 이름이 나오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대학 동기 경조사 때 다른 일 없으면 꼬박꼬박 난 참석한다. 거기서 이 친구를 본 적도 없고 경조사 얘기에 참석 못해 미안하다는 헛말도 없었다.

 

두명의 친구에게 전화를 하여 통화 내용의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 대학 동기 성기는 아무리 세월이 흘렀다고 해도 그럴 친구가 아니다라는 얘기였다.

 

그 다음날 신문사에서 전화가 왔다 누구 소개로 전화를 하냐고 하니 박미숙이란다. 친구 사칭해서 전화를 하는 놈이 당신 신문사 사람이냐? 어떻게 신문사에 있는 사람이 친구사칭을 할 수 있나? 라고 따지니 신문사 사람이 아니라면서 윗사람에게 이 사실을 알리겠다고 했다. 이런 구독 시스템을 알고 있으면서 짐짓 모른 척 하는 건지.

 

그리곤 그 놈이 내 친구이면 전화 꼭 부탁한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상습적으로 동기 사칭하는 놈이 있다고  또 다른 대학 친구는 말했다. 아마 그 놈인 것 같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