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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대변인

책속의지혜 2019. 11. 20. 12:14

끝까지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있는가?

 

악마의 대변인(카톨릭 교회에서 사용하던 말)이란 다수파를 향해 의도적으로 비판과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을 뜻한다. '의도적'이란 의식적으로 이같은 역할을 맡는다는 의미다.

 

존 스튜어트 밀은 저서 <자유론>에서 건전한 사회 실현에 '반론의 자유'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어떤 의견이 어떠한 반론에도 논박당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옳다고 상정되는 경우와, 애초에 비판을 허용하지 않을 목적으로 미리 옳다고 상정하는 경우는 상당히 큰 차이가 있다.

자신의 의견에 반박하고 반증할 자유를 완전히 인정해 주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의견이 자신의 행동 지침으로서 옳다고 내세울 수 절대적인 조건이다. 전지전능하지 못한 인간은 이것 외의 방법으로는 자신이 옳다고 내세울 수 있는 합리적인 보증을 얻을 수 없다.

 

시장 원리로 가격이 결국 적절한 수준으로 수렴되듯 의견이나 언론도 다수의 반론과 반박을 헤쳐 나옴으로써 마침내 뛰어난 점만 남는다는 사고관은, 탁월한 의견을 보호하고 열등한 의견을 배제한다는 통제의 사고관과 정면으로 부딪힌다.

 

어떤 아이디어의 옳고 그름은 그 시대의 엘리트가 통제하는 대로 결정되지 않고,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의 다면적인 사고를 거쳐 결정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다양성의 중요함을 밀은 주장한다.

 

어떤 사람의 판단을 정말 신뢰할 수 있는 경우, 그 사람이 신뢰를 받게 된 점은 자신의 의견과 행동에 대한 비판을 항상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어떤 반대 의견에도 귀 기울이고, 옳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가능한 받아들였다. 잘못된 부분은 어디가 잘못됐는지 스스로 되짚어 보고 가능하면 타인에게도 설명하는 습관을 실천해 왔기에 가능했다. 한가지 주제라도 그것을 완전히 이해하려면 다양한 의견을 두루 듣고 사물을 모든 관점에서 살펴보는 방법밖에 없다고 느껴 왔기 때문이다.

 

집단의 문제 해결 능력은 동질성과 이율배반의 관계에 있다.

 

개인의 지적 수준이 높아도 동질성이 높은 사람이 모이면 의사 결정의 질이 현저히 저하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조직론에 관한 수많은 연구에서 다양한 의견에 따른 인지 부조화가 질 높은 의사 결정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나타났다.

 

이때 필요한 존재가 '악마의 대변인'이다. 다수파의 의견이 통합돼 가는 과정에서 대수롭지 않은 일을 세세하게 캐내 결점을 찾는다. 이 결점을 통해 그때까지 간과했던 문제를 깨달음으로써 빈약한 의사 결정으로 흐르지 않도록 막는다.

 

쿠바 사태 대응회의에서 케네디는 몇가지 회의 규칙을 만들었다.

1. 자신은 회의에 참석지 않는다.

2.회의 중에 통상의 행정조직 서열이나 절차를 잊어라.

3. 심복인 로버트 케네디와 고문인 테드 소런슨에게 '악마의 대변인' 역할을 맡게 했다.--회의 중에 나온 제안의 약점과 위험요소를 찾아내 그 내용을 자신과 제안자에게 철저히 규명하라고 했다.

 

선제 공격지지파, 해상 봉쇄 지지파는 각각의 권고를 제안했다.

권고 내용에는

1. 작전 내용

2. 국민에게 할 연설 개요

3. 연설 후 취해야 할 작전 내용

4.발생가능한 사태 대응책

 

선제 공격의 필요성 주장을 물리치고 해상 봉쇄 작전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