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야마구치 슈
개인의 양심은 아무런 힘이 없다.
인간에게 자유의사가 있어 각자 자신의 의지에 따라 행동한다고 믿지만 밀그램 교수의 '아이히만 실험'을 통해 그렇지 않음을 보였다.
이 실험에서 비인도적이고 가혹한 행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갈등이나 저항감을 보이면서도 분명 생명의 위험이 우려되는 단계까지 실험을 지속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설은
'난 단지 명령 집행자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생각 하면서 명령을 내리는 흰 가운의 실험 담당 자에게 책임을 전가했을 거란 것이다.
비인도적 행동에 관여할 때 '권한을 가지고 자신의 의사로 직접 실행하는 감각'의 정도가 결정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는 건 아닐까?
이 실험 결과는 미국 고유의 국민성이나 특수한 시대상황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인간의 보편적인 성질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관료제란 상급자 아래 트리형으로 인원을 배치하고 권한과 규칙에 따라 실무를 집행하는 제도다.
밀그램의 실험은 악한 행동을 하는 주체자의 책임 소재가 애매하면 애매할수록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양심이나 자제심의 작용이 약해진다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 조직이 커지면 커질수록 양심이나 자제심이 작동하기 어려워진다면, 조직이 비대한 만큼 악행의 규모 또한 비대화되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사례가 나치가 자행한 유대인 대학살, 즉 홀로코스트다. 한나 아렌트는 나치에 의한 홀로코스트가 관료제의 특징인 '과도한 분업 체제'덕에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이들의 자제심과 양심은 왜 작동하지 않았을까? 아렌트는 '분업'에 주목한다. 유대인 명부 작성을 비롯해 검거, 구류, 이송, 처형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많은 사람이 분담하기에 시스템 전체의 책임 소재는 애매해지고 책임 을 전가하기에 아주 수월한 환경이 조성됐다.
'아이히만 실험'의 결과에서 인간은 권위에 놀랄 정도로 취약한 본성을 지니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권위에 대항하는 약간의 반대 의견 또는 양심과 자제심을 부추기는 작은 도움만 있다면 얼마든지 자신의 인간성 에 근거해 판단 내릴 수 있다는 사실도 함께 드러났다.
현대와 같이 분업이 표준화된 사회에서는 악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자각조차 못 한 채 거대한 악행에 가담하고 있기 쉽다. 이런 악행을 막기 위해서는 자신이 어떤 체계에 속해 있는지, 자신이 하고 있는 눈앞의 일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짚어 보고 공간적, 혹은 시간적으로 큰 테두리 안에서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 후에 뭔가 개혁이 더 필요하다고 여겨지면 용기를 내 "이건 이상하지 않은가? 잘못된게 아닌가!"라고 자기 의견을 적극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책발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1강 리더는 외로운 존재라는 말 속에 담긴 진실 (0) | 2020.01.22 |
---|---|
붕괴된 가족과 공동체의 새로운 대안 (0) | 2019.12.08 |
성과급으로 혁신 유도가 가능한가? (0) | 2019.08.08 |
우린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0) | 2019.08.08 |
타인의 시기심을 관찰하면 비즈니스 기회가 보인다. (0) | 2019.08.08 |